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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폭행 도와주세요” 신고…사흘 뒤 여성 살해201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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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폭행 도와주세요” 신고…사흘 뒤 여성 살해(KBS, 2016.4.20)


<앵커 멘트>

지난 17일 경찰로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자신이 동거녀를 죽였고 시신이 아직 집 안에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경찰이 출동해보니 실제로 옷장에서 여성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현장에서 체포된 남성은 말다툼하다 동거녀를 살해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런데 피해 여성이 숨지기 사흘 전 동거남이 자신을 폭행한다며 경찰에 신고를 했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여성이 처벌을 원치 않아 결국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갔고 참극이 벌어진 건데요.

이 여성의 생명을 구할 방법은 없었을까요.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서초구의 한 주택가!

평온했던 마을이 발칵 뒤집어 진 건 지난 17일 오전!

<녹취>마을 주민(음성변조):“경찰이, 하얀 옷입은 과학 수사관들이 이렇게 쫙 깔려있더라고“

<녹취>마을 주민(음성변조):“그냥 겁이나가지고 다 집으로 들어와서 안에 있고 밖에는 내다 보지도 않고 그런 상태였어요.”

대체 무슨 일 때문일까.

<녹취>마을 주민(음성변조):“이 동네에서 병으로는 몰라도 살인으로 죽어나가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까.“

같은 날 새벽 6시 20분쯤 ‘동거녀를 죽였는데, 시신이 집에 있다.‘ 라는 한 남성의 전화를 받고 경찰이 출동한 겁니다.

전화를 건 남성은 38살 이 모 씨

경찰이 이 씨가 살고 있는 다세대 주택에 들어가 보니 이 씨가 집 안에 무릎을 꿇고 있고, 옷장에서 침대보에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살해된 여성은 이 씨의 동거녀 37살 정 모 씨였습니다.

이 씨는 지난 12일 정 씨를 목 졸라 숨지게 한 뒤 닷새 만에 자수한 겁니다.

동거를 결심할 정도로 한때는 서로 사랑했던 두 사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인터뷰> 김사철(방배경찰서 형사과장) : "1년 전부터 동거하는 관계였는데 두 분 다 직장이 없다 보니까 생활고로 불화가 있었던 것으로...“

중식당 주방에서 일했던 이 씨.

그런데 올해 초 직장을 잃게 됐고, 그 뒤론 마땅한 직업을 구하지 못했다는데요.

경제적인 문제로 다투는 일이 잦아지다 결국 지난 12일. 사달이 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김사철(방배경찰서 형사과장):“남자는 큰방에서 여자는 작은 방에서 따로따로 마시다가 여자가 이제 짐을 싸서 집을 나가겠다 (하니깐) 헤어지는 문제가 대두되고 그러다 보니까 홧김에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이 씨는 술을 마신 뒤 말다툼을 벌이다 살해했다고 진술했지만 이 씨의 폭력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사건이 일어나기 3일 전인 지난 9일 정 씨가 동거남인 이 씨가 자신을 폭행한다며 112에 세 차례나 신고 전화를 했던 겁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현장으로 출동했습니다.

<인터뷰> 김종관(남태령 지구대장):“현장 출동 경찰관이 들어갔을 때는 피해자 여성은 안방에 있는 상태였고 남자분은 거실에 앉아있는 그런 상태였습니다. 순찰차에 분리 동행을 해서 파출소로 임의동행하게 되었습니다.“

경찰은 두 사람을 지구대에서 따로 떨어뜨려 조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과정에서 동거녀 정 씨는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김종관(남태령 지구대장):“처벌 의사가 있느냐, 처벌해야 한다는 것을 몇 차례 고지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본인이 처벌을 원치 않았고 그걸 자필로 진술을 했습니다.“

재범의 우려가 있을 때 피해자의 신청이나 경찰관 직권으로 폭행을 한 사람을 퇴거시키거나 접근을 금지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았고, 경찰도 접근 금지조치를 할 정도로 사안이 위중하다고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종관(남태령 지구대장):“집안 상태가 흐트러져있거나 그런 상태는 아니고 거기 갔을 때는 현장이 조용했던, 평온한 그런 상태였습니다.“

그렇게 다시 집으로 돌아간 두 사람

그리고 3일 뒤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던 겁니다.

지난해 결혼을 앞두고 동거했던 윤 모 씨도 약혼자로부터 폭행을 당했습니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싸우는 일이 많아졌는데, 그 수위가 점점 강해졌습니다.

<인터뷰>윤 모 씨(가정폭력피해자/음성변조):“막 멱살을 잡고 흔들고, 제 화장품 같은 거 집어 던지고 심했었거든요.”

보다 못한 이웃이 112에 신고를 했고, 두 사람은 경찰 조사받게 됐습니다.

하지만 윤 씨는 경찰 조사에서 쉽사리 약혼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할 순 없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윤 모 씨 (가정폭력피해자/음성변조):“(경찰이) 처벌을 할 거냐고 물어봤는데, 그때는 이제 만날 사람도 아니고, 그러니까 처벌하기에는 뭔가 조금 그래가지고 (안했죠.)“

그래도 함께 살던 사람이라 처벌까진 쉽게 요청하진 못했던 겁니다.

그런데 경찰 조사를 받고 혼자 돌아온 그날 밤!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자정쯤 헤어진 약혼자가 갑자기 들이닥쳤던 겁니다.

<인터뷰>윤 모 씨(가정폭력피해자/음성변조): “진짜 엄청 맞았어요. 머리를 차고, 점점 강도가 엄청 세졌었거든요. 그래서 정말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살려달라고 소리를 엄청쳤죠.“

비명을 듣고 찾아온 이웃을 보고 남자가 달아나 윤 씨는 가까스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신지영 (한국여성상담센터장):“피해자 입장에서는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이잖아요, 가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다시 어떤 폭력을 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수도 있고요. 내가 신고했으니까 무서운 줄 알고 이제 다음부턴 폭력을 하지 않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있고요.“

하지만 윤 씨나 살해된 정 씨의 사례처럼 경찰 신고만으로 가정폭력을 막을 수 없고, 피의자가 신고에 앙심을 품고 보복 폭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가정폭력은 신고 자체를 위기 신호로 받아들이고 강도 높은 선제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외국의 경우에는 무조건적으로 기소를 하는 정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피해자의 의사를 반영하기보다는 조금 더 체계적이고 면밀한 조사를 통해서 의무적 체포와 의무적 기소를 하는 것으로 방향전환이 있어야 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가정이란 울타리가 되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막는 방벽이 되고, 그 안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가정폭력.

폭력을 멈추기 위한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 유호윤 기자  live@kbs.co.kr